소소한이야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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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일차>우울증(2023.07.16)
언제쯤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 수는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살다 보면 그래도 좋아지지 않겠냐?’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매번 개운치가 않다. 갑자기 울컥해져 펑펑 울었다. 최근 며칠 괜찮아서 감정적으로는 많이 좋아졌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니였나 보다. 문득문득 드는 생각에 갑자기 휘쓸릴때마다 나 자신이 참 바보 같다. 소중한 존재들을 모두 잃고, 우울증과 싸우는 지금 내게 남겨진 건.. 지독한 상실감뿐이다.
2023.07.16 -
<53일차>우울증(2023.07.15)
약을 먹고 누웠다. 심장은 심하게 뛰어 극도로 예민해지고 있었다. 최대한 공황장애 약을 먹지 않고 자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만 계속 흘러갈 뿐..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가슴은 답답해지고, 결국 숨 쉬는 게 쉽지 않아 졌다. 더 이상은 먹지 않고 버틸 수가 없었다. 약을 먹고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이나마 숨 쉬는 게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작 3시간이지만, 잠을 잘 수 있었다. 별거 아니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아 생각하지만, 언제나 편해지기 위한 자기 주문일뿐.. 불안증상은 내 마음과, 내 생각과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예전에는 쉽게 넘기던 일들이 이제는 쉽지가 않고, 두렵고 그런 내가 낯설어 무섭다. 나이를 들어 마음이 나약 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정신적인 문..
2023.07.15 -
<52일차>우울증(2023.07.14)
빗소리가 들리는 새벽, 눈이 살포시 떠졌다. 하필이면, 머리맡에 쓸쓸한 반려묘의 지정석이 눈에 들어왔다. 반려묘가 별이 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 감정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빨리 좋아지기를 바라는 오만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언제나 손만 뻗어도 반려묘를 만질 수 있는 거리, 하지만 반려묘를 만질 수 없는 쓸쓸한 내 손끝을 보자 순간 눈물이 벌컥 나왔다. 이럴 때는 빗소리마저 왜 처량하게 들리는 것일까? 감정적으로 컨트롤되지 않다. 그렇게 울다가 지쳐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평소 저혈당과는 좀 다른 두통이었다. 두통약을 먹고, 나아지기를 바랐지만, 오후가 되어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결국 점심 먹고 약을 하나 더 먹었다. 아무..
2023.07.14 -
<51일차>우울증(2023.07.13)
어젯밤에 ‘오늘은 약을 먹지 말아야지.’ 하고 자리에 누웠다. 시간만 부질없이 흘러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결국 약을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 이제는 수면제가 없으면 잠들지도 못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좀 짜증 나는 일이 있었다. 가슴은 답답하고, 손이 좀 떨려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지금의 나로부터 벗어나 삶의 활력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일은 이제는 약만 더 먹게 만드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잦은 스트레스들로 인해 나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불안증상은 나를 공황장애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잘못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나는 죽을 때까지 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에 휩싸였다. 하지만 불안하지도 무섭지도..
2023.07.13 -
<50일차>우울증(2023.07.12)
불면증과 요동치는 심장에 결국 수면제가 든 우울증 약을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 내게는 항상 사람이 문제인 것 같다. 여전히 오늘도 새벽에 깼고, 약 기운에 그냥 누워 있었다. 어제 일 때문인지 계속 숨이 막혀왔다. 며칠 동안에 참고 잘 버텼는데.. 결국 공황장애 약을 먹었다. 좋아지기를 바랬지만, 매번 복잡하고, 어려운 일만 생겼다. 내게는 지금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자꾸만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다. 앞으로 약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2023.07.12 -
<49일차>우울증(2023.07.11)
하루종일 하품을 연신 해대서 당연히 누우면 바로 잠이 들 줄 알았다. 하지만 뜬 눈으로 지새우는 밤은 새벽 1시 반까지 이어졌다. 오늘 있을 일 때문에 결국 수면제가 든 우울증 약을 먹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새벽 4시에 잠이 깨어났다. 멍하게 앉자 있다가 다시 누웠다. 잠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잠들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오늘은 그냥 숨이 턱턱 막히는 하루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하니, 막연함에 가슴만 답답하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쓰고 싶은지도 이제 잘 모르겠다. 지금 몸이 너무 피곤하는데 잠은 오지 않는다. 오늘도 약 없이 자는 건 망한 것 같다. 하.. 이제 심장까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