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이야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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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일차>우울증 그리고 1주년 기일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오늘. 하루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은 잘 쉬어지지 않는다. 1년 전 그날도 날씨가 속절없이 참 좋았다. 그날 한통의 메시지에 펑펑 울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그날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매일매일 괜찮다며 주문을 외우듯..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1년 동안 되려 더 나빠졌다. 그리고 이제 사는 것마저도 자신이 없다. 오늘은 죽은 친구의 1주년 기일. 이번에 낫아서 함께 여행가자하던 친구. 그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웃으며 했던 그 마지막 말이 자꾸만 꿈틀꿈틀거려 오늘따라 더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약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유별나게 약 빨도 들지 않는다. 감정조절은 되지 않아 계속 눈물이 나고, 가슴은 계속 ..
2023.10.01 -
<129일차>우울증 환자의 이야기
우울증 약을 먹었던 내 친구는 내게 말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바쁘게 살다 보니 좋아졌다고.. 그러니 자신처럼 바쁘게 살아보라고.. 하지만, 나는 친구랑 다르게 나아지는 게 없었다. 나란 인간의 뇌는 아주 문제가 많다는 것만 깨닫게 될 뿐.. 잦은 사람들과의 대면은 스트레스가 되어 가슴을 옥죄고, 과호흡을 더 가중시켰다. 하루종일 막노동 수준으로 몸을 쓰며, 정신없이 살았지만, 그럴수록 약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그렇게 나는 약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계속되는 삶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만든 이 굴레 속에서 나는 이제 벗어날 수 없을 거 같다.
2023.09.29 -
<111일차>약은 안먹은지 4일, 상태 최악이다.
약에 의존도를 낮춰보려고 며칠 약을 먹지 않은지 오늘로 4일째다. 이틀가량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의욕 없이 죽은 시체같이 축 늘어져서 그냥 잠만 잤다. 3일째, 뇌가 고장 난 거 같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던 건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병적으로 왔다 갔다 움직였다. 사실 몇 달 약 먹는 동안 난 내가 그저 생각하는 게 싫은 사람처럼.. 아니 생각이라는 게 없는 사람처럼 종종 느껴졌었다. 4일째, 쓸 때 없이 기억력이 좋아진 건지 예전 일까지 끄집어내어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화가 심하게 치밀어 올랐다. 퍼붓고 끝내면 좋으련만, 문제는 과호흡이 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어 지금은 공황장..
2023.09.11 -
<107일차> 우울증 환자 된지 107일째
요즘 누가 봐도 정신병 환자 같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미친 듯이 산다. 매일 같이 격한 노동이 축척이 되면, 정말 잠만큼은 잘 자겠지 생각했는데.. 내 정신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계속되는 노동보다 자꾸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가 나를 옮아 맸다. 그런 날은 몇 시간씩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해도 상황은 먹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 우울증 환자 된지 107일째 달라진거는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약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띄엄띄엄 먹던 약은 점점 달을 꽉꽉 채웠다. 예전처럼 천근만근인 몸이 약 없이 바로 누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쓰고 싶은데.. 약을 일찍 먹어놔서 심하게 졸리다.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와 생사확인여부용 일기를 써본다.
2023.09.07 -
<75일차>우울증(2023.08.06)
며칠째 9시간씩 되는 노동에 몸은 몸살이 났다. 손가락이 쑤시다 못해 저린다. 바쁘게 살면 우울증도 달라질 줄 알았다. 이렇게 몸이 힘들고 아픈데도 약 없이는 여전히 잠을 자지 못한다. 고되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지내는데도 내 우울증은 나아지는 게 없다. 약을 먹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날 몰아세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극도로 심해졌다.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나 자신이 끔찍하다. 남들 앞에서는 언제나 명랑 쾌활하게 지내서 그런지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고 말을 한다. 나도 내가 죽지 않고 지금 살아있는 게 되려 나 자신이 용한다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2023.08.06 -
<68일차>우울증(2023.07.30)
이상하게 어제부터 계속 잠이 쏟아 진다 생각했다. 그러더니 한달 동안 없던 생리가 오늘 시작했다. 배가 아파서 약을 먹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루종일 그렇게 잠에 취해있었다. 그와중에 왜 그렇게도 끝도없이 달달한 간식들이 잘도 입으로 들어가는건지.. 신기하다. 이를 닦고 누웠는데도 입안에 달달한 냄새가 나는거 같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쁠 예정이라.. 밤에 못자면 안되니깐 또 우울증 약을 먹어뒀다. 이제는 이 모든게 익숙하다. 슬슬 잠이 몰려온다. 상실감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겠다는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 또 다른 나와 마주하고 있다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