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이야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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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일차>우울증(2023.07.04)
어제 11시가 넘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수면제가 든 우울증 약을 먹었다. 지금까지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잔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긍정적으로 ‘그래, 그래도 내가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약 기운은 오전 내내 남아 머리가 멍했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산책 겸 반려묘를 묻은 장소로 걸어가는 내내 비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가는 길목에 어찌나 뱀들이 많이 나오던지.. 오늘 밤 꿈자리는 사나 울 거 같다. 그렇게 또 앉아서 마음을 비우고 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외부자극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데 매번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졌다...
2023.07.04 -
<41일차>우울증(2023.07.03)
어제부터 끝도 없이 미친 듯이 청소만 하고 있다. 반려묘가 쓰던 그릇도 닦아 신문지에 여러 겹 쌓아 한구석에 두고, 이동장도 씻어놨다. 뽀송하게 마른 방석과 수건도 먼지가 내려 안지 않게 비닐에 넣어 포장을 했다. 반려묘가 죽던 날, 꽂고 있던 수액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 안에 든 수액을 빼려고, 화장실 고리에 걸어 놓고 빨리 흐르게 해 놓았다. 그렇게 멈춰있던 시간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다. 아픈 반려묘가 뭐든지 먹기 바라며 평소 잘 먹던 걸로 개봉했지만, 전혀 먹지 않아 그대로 냉동실로 들어간 파우치와, 캔, 그리고 츄르를 꺼냈다. 냉동실에 계속 둬봤자, 먹어 줄 주인이 없어 그대로 버려야 했기에 냥아치들(길냥이)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 청소하는 동안 다행히 잘 녹아 한..
2023.07.03 -
<40일차>우울증(2023.07.02)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부부동반으로 여행 가신다는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들어온 뒤로 잠이 오지 않았다. 되려 배만 고플 뿐.. 새벽 4시에 밥을 먹고,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까지 먹고 나니, 너무 졸려 한숨 잤다. 그리고 일어났더니 아침부터 묘하게 심장이 뛰며, 불안장애가 시작되었다. 안 먹고 싶은데 결국 공황장애약을 먹었다. 밖에 날씨가 생각보다 좋아서 이불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바보처럼 울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리 못하고 있던 반려묘의 짐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반려묘가 죽고, 7일 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비로소 움직인 것이다. 녀석이 쓰던 방석이며, 수건이며, 장난감이며,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갔다. 그동안에 치우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놓은 화분..
2023.07.02 -
<39일차>우울증(2023.07.01)
반려묘가 죽은지 딱 일주일 됐다. 나는 아직도 녀석의 짐 정리를 여전히 못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여전히 나는 누워만 있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심장도 심하게 뛰고, 머리가 쥐어짜듯 아팠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장애로 생각했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문득 스쳤다. 저혈당.. 평소 저혈당 때문에 일부로 꼬박꼬박 밥도 세끼 잘 챙겨 먹는데 갑자기 왜 저혈당이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간식을 안 먹어서 그런가? 결국 오후 내내 입에 달달한 간식만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먹고 나니 괜찮아졌다. 역시나 편두통은 저혈당이 문제였나 보다. 오늘은 오후 늦게 반려묘를 묻어놓은 장소에 찾아갔다. 왜 매번 와도 똑같이 슬픈 건지 알 수가 없다. 무뎌지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
2023.07.01 -
<38일차>우울증(2023.06.30)
약을 먹고 잤지만, 역시나 새벽에 2~3시에는 어김없이 꼭 깼다. 그렇게 두 번을 깨다 자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옆으로 돌아 누웠을 때, 언제나 머리맡에서 자던 녀석의 지정석이 너무 쓸쓸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으니, 정신적으로 큰 타격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언제나 생각처럼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쓸 때 없이 심장은 조여왔고, 숨 쉬기도 힘들어졌다. 결국 공황장애 약을 먹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하루종일 의욕 없이 그렇게 누워 하루를 보냈다. 요즘은 공황장애 약이 효과가 없는 건지 먹은 후에도 숨 쉬는 게 힘들다.
2023.06.30 -
<37일차>우울증 (2023.06.29)
날 가만히 내버려 두는 사람이 없다. 계속되는 외부의 자극은 스트레스로 치닫아 짜증이 되었다. 짜증은 점점 화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 화가 난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서 하나같이 날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꾸 내가 그런 사람들만 끌어들이는 건가? 그런 생각에 나 자신이 비참해졌다. 인간관계에 얽매여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 나는 모든 것에 얽매어 스트레스받고 있다. 나란 인간은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일지도 모르겠다. 우울증 약을 먹었더니 지금 심하게 잠이 쏟아진다. 버틸 수 없을 거 같다.
202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