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이야기(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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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일차>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8)
자꾸만 몸이 처지며, 늘어졌다. 정신적인 문제인 건지? 9시까지 그냥 누워만 있었다. 고개를 슬쩍 뒤로 돌아봤을 때 까만색이 보였고, 그 순간 죽은 반려묘로 착각했다. 이렇게 나는 하루에 몇 번씩 착각하고 있다. 힘내보자고 생각했는데 의욕이 없다. 정신도 차릴 겸 밤새 내린 비로 걱정이 되어, 반려묘를 묻은 장소로 갔다. 오늘따라 죽은 반려묘 ‘타로’를 보러 가는 길에 냥아치들이 졸졸 따라왔다. 쓸쓸하고 외롭던 그 길이 녀석들 때문에 나름 슬프지 않았다. 나를 걱정해 주는 건지 어쩐 거지는 알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눈치 없는 뽀시래기는 상황 파악도 안 되는지 뛰어다니기 바빴고, 어미는 조용히 내 뒤에 앉져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졸졸 따라온 냥아치 두 마리와 함께 같이 앉아..
2023.06.28 -
<35일차>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7)
계속 잠을 자지 못해 수면유도제나 먹을 생각으로 병원을 찾아갔다가 우울증 초기 환자가 된 지 35일 차, 계획대로라면.. 30일까지만 일기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시작은 감정적으로 털어내지 못하는 것들을 적어서 내보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쓰는 동안에 도움은 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계속해서 나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압박은 가해지고, 키우던 반려묘는 죽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다. 모든 게 전부 내 탓만 같았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계속 나는 잠에 취해 있었다. 약에 취해서 자는 건지 아니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자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2023.06.27 -
<34일차>우울증 환자의 무의미한 하루(2023.06.26)
역시나 새벽에 두 번을 깼다. 어제 먹은 약 때문인지 아침부터 머리는 멍하다. 일어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반려묘 이름을 불렀다. 아차! 하는 순간에 눈물이 났다. 비가 내리는 아침. 어딘가에 고여있던 빗물이 느리게 떨어질 때마다 반려묘가 바닥에 꼬리를 탁탁치는 소리처럼 들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별거 아닌 작은 소리에도 ‘우리 타로인가?’라고 생각했다. 죽어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보 같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주변을 보며, 녀석을 찾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계속 누워 잠만 잤다. 삶의 의욕은 없고, 그냥 계속 누워만 있고 싶었다. 뭔가 나 자신 스스로 포기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약 때문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오전을 보냈다. 그렇게 집착하던 운동도 반려묘가 아프면서 하지 않은지 벌..
2023.06.26 -
<33일차>우울증 약을 다시 복용했다.(2023.06.25)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반려묘가 외로웠을 거 같다.’라고 누군가 내게 말을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 주변을 외롭게 만드는 그런 사람. 예전부터 많이 듣던 소리라 상처받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과 달리 그렇지 않았나 보다. 가뜩이나 15년이나 같이 산 반려묘도 보내고 정신적으로 힘이 드는데 벌려 놓은 일 때문에 짜증은 나고, 머릿속은 점점 복잡했다. 그래서 정리가 되지 않아 물어봤을 뿐인데.. 짜증 섞인 말투로 아침부터 듣는 잔소리에 결국 화가 밀려왔다. 분명히 평소 별거 아닌 일인데도 불구하고, 놓인 상황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왔다. 눈물은 눈물대로 쏟고, 왜 나한테 다 이러나 싶어졌다. 너무 조짐이 좋지 않았다. 역시나 과호흡이 오기 시작했다. 결국 아침부터 공황장애 약을..
2023.06.26 -
<32일차>‘우울증 걸릴 거 같다.’ 말하는 이미 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4)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에 3일 치 일기를 쓰지 못했다. 에는 계속 아파서 처지는 노묘를 돌봐야만 했다. 내 정신은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우울증 때문에 계속 잠을 설치고 있던 상황에서 아픈 고양이를 돌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입에 억지로 물을 먹여야만 했고, 계속해서 수액을 맞으며, 누워 오줌을 싸는 녀석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다. 에는 일 때문에 1박 2일 합숙을 할 예정이었기에 혼자 두고 가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는 부모님이 계셨지만,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이기에 애초에 돌 봐주 거라고 생각조차 안 했다. 그렇게 나서 에 되돌아왔을 땐 집을 나설 때보다 상태가 더 좋지 못했다. 계속해서 물을 억지로 먹였어야 했는데.. 역시나 내가 없어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것 같..
2023.06.24 -
<28일차>우울증 환자가 되었습니다(2023.06.20)
새벽 4시 반, ‘퍽’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없다. 너무 피곤해서.. 아픈 애가 어딜 가고 싶은 건지 걸려 있는 링거 줄과 줄다리를 하고 있었다. ‘아, 오줌이구나!’ 그런 생각에 한쪽에는 노묘를 번쩍 들고, 한쪽 손에는 수액을 들고뛰었다. 화장실에 도착하자, 바로 화장실 바닥에 볼일 봐버렸다. 그러곤 다리에는 힘이 없는지 자꾸만 주져 앉졌다. 그런 모습을 보니 또 짠해진다. 너도 많이 힘들겠다. 그렇게 휘청거리며, 힘겹게 혼자서 걸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애초롭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힘없고, 아프겠지. 그때는 참 쓸쓸 해지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울할 세가 없이 바쁜데.. 그래도 불현듯이 우울해진다. 누워 있는 애를 보면, 내 인생마저도 불쌍해진다. 모든 게..
202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