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차>우울증(2023.07.03)

2023. 7. 3. 23:29diary/감정 쓰레기통

728x90
반응형

어제부터 끝도 없이 미친 듯이 청소만 하고 있다. 반려묘가 쓰던 그릇도 닦아 신문지에 여러 겹 쌓아 한구석에 두고, 이동장도 씻어놨다. 뽀송하게 마른 방석과 수건도 먼지가 내려 안지 않게 비닐에 넣어 포장을 했다. 반려묘가 죽던 날, 꽂고 있던 수액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 안에 든 수액을 빼려고, 화장실 고리에 걸어 놓고 빨리 흐르게 해 놓았다. 그렇게 멈춰있던 시간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다.
아픈 반려묘가 뭐든지 먹기 바라며 평소 잘 먹던 걸로 개봉했지만, 전혀 먹지 않아 그대로 냉동실로 들어간 파우치와, 캔, 그리고 츄르를 꺼냈다. 냉동실에 계속 둬봤자, 먹어 줄 주인이 없어 그대로 버려야 했기에 냥아치들(길냥이)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 청소하는 동안 다행히 잘 녹아 한대모아 마당에 있는 냥아치들(길냥이)에게 나눠줬다. 우리 아픈 반려묘는 한 입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떠났는데 개눈 감추듯 먹는 냥아치 4마리를 보니, 눈물이 났다. ‘아프지 않았다면, 우리 애도 저렇게 신나게 먹었을 텐데..’ 그런 생각에 슬퍼졌다. 그리고 ‘나란 사람은 참 인생 자체가 고달프구나.’라며, 쓸 때 없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그저 대화하며, 잠시 의지하고 싶던 사람은 나를 끔찍한 미친 사이코로 날 봤고, 걱정하듯 말하는 친구는 숨도 못 쉬게 정신적 압박을 가했다. 반려묘의 죽음이 너무 슬퍼 지인에게 이야기했지만, 되돌아오는 건 내게 가시처럼 내뱉던 말들이었다.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끝도 없이 맴돌았다. 죄책감에 너무 죽고 싶은데.. 모두가 꼭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 때면, 항상 의지하던 친구도 우습게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는 예전처럼 사람을 대하지는 못할 거 같다.

728x90
728x90

'diary > 감정 쓰레기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일차>우울증(2023.07.05)  (0) 2023.07.05
<42일차>우울증(2023.07.04)  (0) 2023.07.04
<40일차>우울증(2023.07.02)  (0) 2023.07.02
<39일차>우울증(2023.07.01)  (1) 2023.07.01
<38일차>우울증(2023.06.30)  (0)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