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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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일차>우울증(2023.07.08)
이비인후과 약과 우울증 약을 같이 먹어서인지 역시나 하루종일 약이 깨지 않는다. 기운도 없고,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새벽에 두 번이나 깼지만, 약 기운 때문인지 몸에 기운이 없어 그대로 누워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며칠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하지만, 지금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기운을 내보자고 어르고 달래보아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밝으면 여전히 나는 멍했고, 기운이 없다. 반려묘를 밥을 주며 시작했던 하루가 반려묘가 죽고, 루틴이 무기력함으로 어긋나 무너졌다. 한번 빠져버린 무기력함은 점점 더 빨려 들어가는 늪이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좋아질 줄았는데.. 그 일마저도 지금은 날 도와주지 않는다. 연달아서 터지는 상황들이 좀 거지 같은 것뿐이..
2023.07.08 -
<44일차>우울증(2023.07.06)
하루종일 으슬으슬 몸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혈당도 아니고, 전날 우울증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하루종일 정신을 못 차렸다. 잠을 잘 못 잔 건가? 새벽에 깼을 때도 어지럽고, 매스꺼워서 일어날 수가 없어 그냥 누워 있었다. 내 몸은 무슨 하찮은 유전자만 모아놓은 집합체 같다. 내게 다른 반려묘를 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의 반려묘가 죽은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으니, 씁쓸해졌다. 내가 녀석을 놓아버린 것 같아 너무 미안한데.. 다른 아이를 이용해 나의 슬픔을 잊고, 채우라는 말이 내게는 좀 잔인하게 들렸다. 당장 내 마음 편해지자고 다른 아이를 이용해 내 마음 한구석에서 녀석을 내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래 좀 못난 사람이라 감정적으로 뭐든 쉽게 버리지 못한다...
2023.07.06 -
<43일차>우울증(2023.07.05)
며칠 약 먹고, 안 깨고 잘 자서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결국 중간에 깼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잠을 자지 못했지? 커피를 마시고도 밤에 잘만 자자던 나였던 사람인데..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작년에 친구가 죽은 뒤로 2~3시간 정도 자다 깼다. ‘내가 극도로 예민하구나.’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대부분 소리에 자다 깨는 경우였다. 안 그래도 원래 예민했던 나인데.. 친구 일로 충격이 컸던 건지 더 심각하게 예민해졌다. 특히나 숨소리에 더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자다가 너무 거슬려서 깨는 경우 대부분 부모님의 숨소리가 많았다. 그래서 귀마개도 해야 했고, 음악도 틀어놓지 않으면 잠을 들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게 몇 달 동안 전화기 너머로 들렸던 죽어가던 친구..
2023.07.05 -
<42일차>우울증(2023.07.04)
어제 11시가 넘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수면제가 든 우울증 약을 먹었다. 지금까지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잔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긍정적으로 ‘그래, 그래도 내가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약 기운은 오전 내내 남아 머리가 멍했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산책 겸 반려묘를 묻은 장소로 걸어가는 내내 비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가는 길목에 어찌나 뱀들이 많이 나오던지.. 오늘 밤 꿈자리는 사나 울 거 같다. 그렇게 또 앉아서 마음을 비우고 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외부자극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데 매번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졌다...
2023.07.04 -
<41일차>우울증(2023.07.03)
어제부터 끝도 없이 미친 듯이 청소만 하고 있다. 반려묘가 쓰던 그릇도 닦아 신문지에 여러 겹 쌓아 한구석에 두고, 이동장도 씻어놨다. 뽀송하게 마른 방석과 수건도 먼지가 내려 안지 않게 비닐에 넣어 포장을 했다. 반려묘가 죽던 날, 꽂고 있던 수액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 안에 든 수액을 빼려고, 화장실 고리에 걸어 놓고 빨리 흐르게 해 놓았다. 그렇게 멈춰있던 시간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다. 아픈 반려묘가 뭐든지 먹기 바라며 평소 잘 먹던 걸로 개봉했지만, 전혀 먹지 않아 그대로 냉동실로 들어간 파우치와, 캔, 그리고 츄르를 꺼냈다. 냉동실에 계속 둬봤자, 먹어 줄 주인이 없어 그대로 버려야 했기에 냥아치들(길냥이)에게 나눠줄 생각이었다. 청소하는 동안 다행히 잘 녹아 한..
2023.07.03 -
<40일차>우울증(2023.07.02)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부부동반으로 여행 가신다는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들어온 뒤로 잠이 오지 않았다. 되려 배만 고플 뿐.. 새벽 4시에 밥을 먹고,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까지 먹고 나니, 너무 졸려 한숨 잤다. 그리고 일어났더니 아침부터 묘하게 심장이 뛰며, 불안장애가 시작되었다. 안 먹고 싶은데 결국 공황장애약을 먹었다. 밖에 날씨가 생각보다 좋아서 이불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바보처럼 울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리 못하고 있던 반려묘의 짐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반려묘가 죽고, 7일 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 비로소 움직인 것이다. 녀석이 쓰던 방석이며, 수건이며, 장난감이며,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갔다. 그동안에 치우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놓은 화분..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