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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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가 된 지 <242일차>
공허함과 불안함 그리고 답답함에 우울증 환자 된 지 242일 차, 이제는 무기력함까지 더 해졌다. 약을 먹지 않은 어제는 새벽 내내 깨어 있었다. 일기를 써볼까도 생각했다가 그냥 다 싫어져 누워 어둠만 깔린 천장만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그럴수록 머릿속은 복잡했고,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참다 참다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시각, 공황장애 약을 먹고 겨우 잠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잡다한 소리 때문에 그리고 아침 7시, 깨어났다. 지금까지 그렇듯 달라지는 건 없었다. 금방 약을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상황은 날 도와주지는 않았다. 일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힐 때마다 숨 쉬는 게 힘들어 약을 밀어 넣기 바빴다. 그러다가 빨리 끝내야 하는 일 때문에 일주일 넘게 약을 먹지 않은 적이 있었다. ..
2024.01.20 -
<159일차> 우울증 환자의 쓸데없는 글
새벽 4시.. 잠이 오지 않아 글을 글쩍여본다. 최대한 사람 접촉이 없는 주말은 약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약을 먹지 않았더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하고, 심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꼭 심장도 심하게 두근거린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버티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불안장애약이라도 먹어야 할 거 같다. 약 먹는 기간이 점차 길어지니, 내 주변 사람들은 자꾸만 내게 강요를 한다. 그럴 때면 숨이 막힌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게 다였는데.. 원하지 않던 길 위에서 자꾸만 내가 지쳐가고 있다는 게 느껴져 슬프다.
2023.10.29 -
<145일차>우울증 약에 내성이 생긴거 같다.
내일 조금 일찍 일어나려고 저녁 7시에 상당히 일찍 약을 먹었는데.. 아직도 나는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점점 더 센 약을 찾게 될까 봐 좀 무섭다. 내 의사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뇌 때문에 오늘은 도대체 지금 내가 뭐 하는 건가 그런 생각에 화가 났다가.. 그대로 펑펑 울었다. 난 착한 병에 걸려 사리분별도 못하는 겁 많은 그저 멍청한 쓰레기였다. 매일매일 우울증 약에 찌들어서 그런지 머릿속이 맑지도 않고, 뇌가 녹아내리는 그런 기분이 든다. 확실히 사람들 접속이 없는 날은 불안장애 증상은 발병률이 그나마 덜 한다. 병든 내 머리보다 웃기지도 않게 타인 자체가 나를 죽이는 도구라는 걸 너무 늦게 이 순간에 깨달았다. 모든 흔적을 지우고, 이 세상에.. 애초에 없는 존재처럼 사라지고 싶다. ..
2023.10.15 -
<137일차>우울증 환자의 쓸 때 없는 글
매시간마다 찾아오는 과호흡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의사는 내게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최대한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내 성향도 모른 체, 사람들도 만나며,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자연스레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모두들 내가 의지가 약한 나약한 그런 사람처럼 말을 했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들은 나를 똑바로 보고 있는 걸까? 자신의 기준에 날 가두고 보는 게 아닐까? 나는 언제나 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산으로 산책도 다니며, 4시간씩 격한 운동도 해봤다. 또한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된다는 말에 정말 잠도 못 자면서 쉬는 날도 없이 미친 듯이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되려 이 모든 노력..
2023.10.07 -
<131일차>우울증 그리고 1주년 기일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오늘. 하루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숨은 잘 쉬어지지 않는다. 1년 전 그날도 날씨가 속절없이 참 좋았다. 그날 한통의 메시지에 펑펑 울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그날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매일매일 괜찮다며 주문을 외우듯..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1년 동안 되려 더 나빠졌다. 그리고 이제 사는 것마저도 자신이 없다. 오늘은 죽은 친구의 1주년 기일. 이번에 낫아서 함께 여행가자하던 친구. 그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웃으며 했던 그 마지막 말이 자꾸만 꿈틀꿈틀거려 오늘따라 더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약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유별나게 약 빨도 들지 않는다. 감정조절은 되지 않아 계속 눈물이 나고, 가슴은 계속 ..
2023.10.01 -
<129일차>우울증 환자의 이야기
우울증 약을 먹었던 내 친구는 내게 말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바쁘게 살다 보니 좋아졌다고.. 그러니 자신처럼 바쁘게 살아보라고.. 하지만, 나는 친구랑 다르게 나아지는 게 없었다. 나란 인간의 뇌는 아주 문제가 많다는 것만 깨닫게 될 뿐.. 잦은 사람들과의 대면은 스트레스가 되어 가슴을 옥죄고, 과호흡을 더 가중시켰다. 하루종일 막노동 수준으로 몸을 쓰며, 정신없이 살았지만, 그럴수록 약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그렇게 나는 약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고,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계속되는 삶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만든 이 굴레 속에서 나는 이제 벗어날 수 없을 거 같다.
202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