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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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일차>우울증(2023.07.01)
반려묘가 죽은지 딱 일주일 됐다. 나는 아직도 녀석의 짐 정리를 여전히 못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여전히 나는 누워만 있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심장도 심하게 뛰고, 머리가 쥐어짜듯 아팠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장애로 생각했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문득 스쳤다. 저혈당.. 평소 저혈당 때문에 일부로 꼬박꼬박 밥도 세끼 잘 챙겨 먹는데 갑자기 왜 저혈당이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간식을 안 먹어서 그런가? 결국 오후 내내 입에 달달한 간식만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먹고 나니 괜찮아졌다. 역시나 편두통은 저혈당이 문제였나 보다. 오늘은 오후 늦게 반려묘를 묻어놓은 장소에 찾아갔다. 왜 매번 와도 똑같이 슬픈 건지 알 수가 없다. 무뎌지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
2023.07.01 -
<38일차>우울증(2023.06.30)
약을 먹고 잤지만, 역시나 새벽에 2~3시에는 어김없이 꼭 깼다. 그렇게 두 번을 깨다 자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옆으로 돌아 누웠을 때, 언제나 머리맡에서 자던 녀석의 지정석이 너무 쓸쓸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으니, 정신적으로 큰 타격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언제나 생각처럼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쓸 때 없이 심장은 조여왔고, 숨 쉬기도 힘들어졌다. 결국 공황장애 약을 먹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하루종일 의욕 없이 그렇게 누워 하루를 보냈다. 요즘은 공황장애 약이 효과가 없는 건지 먹은 후에도 숨 쉬는 게 힘들다.
2023.06.30 -
<37일차>우울증 (2023.06.29)
날 가만히 내버려 두는 사람이 없다. 계속되는 외부의 자극은 스트레스로 치닫아 짜증이 되었다. 짜증은 점점 화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 화가 난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서 하나같이 날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꾸 내가 그런 사람들만 끌어들이는 건가? 그런 생각에 나 자신이 비참해졌다. 인간관계에 얽매여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 나는 모든 것에 얽매어 스트레스받고 있다. 나란 인간은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일지도 모르겠다. 우울증 약을 먹었더니 지금 심하게 잠이 쏟아진다. 버틸 수 없을 거 같다.
2023.06.29 -
<36일차>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8)
자꾸만 몸이 처지며, 늘어졌다. 정신적인 문제인 건지? 9시까지 그냥 누워만 있었다. 고개를 슬쩍 뒤로 돌아봤을 때 까만색이 보였고, 그 순간 죽은 반려묘로 착각했다. 이렇게 나는 하루에 몇 번씩 착각하고 있다. 힘내보자고 생각했는데 의욕이 없다. 정신도 차릴 겸 밤새 내린 비로 걱정이 되어, 반려묘를 묻은 장소로 갔다. 오늘따라 죽은 반려묘 ‘타로’를 보러 가는 길에 냥아치들이 졸졸 따라왔다. 쓸쓸하고 외롭던 그 길이 녀석들 때문에 나름 슬프지 않았다. 나를 걱정해 주는 건지 어쩐 거지는 알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눈치 없는 뽀시래기는 상황 파악도 안 되는지 뛰어다니기 바빴고, 어미는 조용히 내 뒤에 앉져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졸졸 따라온 냥아치 두 마리와 함께 같이 앉아..
2023.06.28 -
<35일차>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7)
계속 잠을 자지 못해 수면유도제나 먹을 생각으로 병원을 찾아갔다가 우울증 초기 환자가 된 지 35일 차, 계획대로라면.. 30일까지만 일기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시작은 감정적으로 털어내지 못하는 것들을 적어서 내보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쓰는 동안에 도움은 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계속해서 나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압박은 가해지고, 키우던 반려묘는 죽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다. 모든 게 전부 내 탓만 같았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계속 나는 잠에 취해 있었다. 약에 취해서 자는 건지 아니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자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2023.06.27 -
<34일차>우울증 환자의 무의미한 하루(2023.06.26)
역시나 새벽에 두 번을 깼다. 어제 먹은 약 때문인지 아침부터 머리는 멍하다. 일어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반려묘 이름을 불렀다. 아차! 하는 순간에 눈물이 났다. 비가 내리는 아침. 어딘가에 고여있던 빗물이 느리게 떨어질 때마다 반려묘가 바닥에 꼬리를 탁탁치는 소리처럼 들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별거 아닌 작은 소리에도 ‘우리 타로인가?’라고 생각했다. 죽어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보 같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주변을 보며, 녀석을 찾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계속 누워 잠만 잤다. 삶의 의욕은 없고, 그냥 계속 누워만 있고 싶었다. 뭔가 나 자신 스스로 포기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약 때문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오전을 보냈다. 그렇게 집착하던 운동도 반려묘가 아프면서 하지 않은지 벌..
202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