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차>우울증 환자의 무의미한 하루(2023.06.26)

2023. 6. 26. 22:05diary/감정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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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새벽에 두 번을 깼다. 어제 먹은 약 때문인지 아침부터 머리는 멍하다. 일어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반려묘 이름을 불렀다. 아차! 하는 순간에 눈물이 났다. 비가 내리는 아침. 어딘가에 고여있던 빗물이 느리게 떨어질 때마다 반려묘가 바닥에 꼬리를 탁탁치는 소리처럼 들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별거 아닌 작은 소리에도 ‘우리 타로인가?’라고 생각했다. 죽어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보 같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주변을 보며, 녀석을 찾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계속 누워 잠만 잤다. 삶의 의욕은 없고, 그냥 계속 누워만 있고 싶었다. 뭔가 나 자신 스스로 포기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약 때문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오전을 보냈다. 그렇게 집착하던 운동도 반려묘가 아프면서 하지 않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다른 때 같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운동을 했을 텐데 오늘은 상관없다고 느꼈다. 아니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비가 내리니 반려묘를 묻은 장소가 걱정이 됐다. 그래서 터벅터벅 걸어 나가 반려묘를 묻어 놓은 곳에서 가만히 앉졌는데 왈칵 눈물이 나왔다. 내가 잘못생각한 거 같아서 미안해졌다. 그렇게 울다가 돌아와서 또다시 누웠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또 잠에 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다. 잠에서 깼을 때는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 그러다가 또 지치면 잠에 빠졌다. 하지만, 잠을 자도 나는 여전히 늘어지게 푹 자지는 못했다. 누워 자다 울다 또 자다 하면서 번아웃 된 하루를 보냈다. 의욕 없이.. 무의미하게.. 나 자신을 그렇게 흘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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