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차>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7)

2023. 6. 27. 20:28diary/감정 쓰레기통

728x90
반응형

계속 잠을 자지 못해 수면유도제나 먹을 생각으로 병원을 찾아갔다가 우울증 초기 환자가 된 지 35일 차, 계획대로라면.. 30일까지만 일기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시작은 감정적으로 털어내지 못하는 것들을 적어서 내보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쓰는 동안에 도움은 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계속해서 나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압박은 가해지고, 키우던 반려묘는 죽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다. 모든 게 전부 내 탓만 같았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계속 나는 잠에 취해 있었다. 약에 취해서 자는 건지 아니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자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생각하는 게 싫었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죽은 반려묘의 이름을 부를 때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걸 여기다가 두면 우리 타로가 물어뜯을 텐데…’, ‘아! 여기다 수건두면 우리 타로가 누워서 잘 텐데…’ 어디에도 없는 반려묘 생각뿐이었다. 아직도 내 방안에는 진한 약 냄새가 풍긴다. 반려묘가 죽은 뒤로 방청소도 하지 않았다. 녀석이 꽂고 있던 수액팩도 죽던 날 그대로 있다. 그나마 힘겹게 유지하고 있던 나의 시간도 반려묘가 죽던 그 시간에 멈춘 거 같다.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죽은 친구의 숨소리와 죽어가던 반려묘의 숨소리가 겹쳐 상기될 때면 너무 무서워진다. 그럴 때마다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자꾸만 머릿속에 스멀스멀 나쁜 생각들이 기어들어온다. 분명 그 누구도 바꿀 순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소중한 이들을 이렇게 빨리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나의 마음은 자책과 책망으로, 어떤 것도 지켜내지 못한 바보 같은 사람이라며, 나 자신을 계속해서 죽이고 있다. 이렇게 더 있다가는 내가 정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오늘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무뎌지는 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힘내보려 한다. 아니… 살아보려 한다.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