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4. 21:42ㆍdiary/감정 쓰레기통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에 3일 치 일기를 쓰지 못했다. <29일 차 2023/06/21>에는 계속 아파서 처지는 노묘를 돌봐야만 했다. 내 정신은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우울증 때문에 계속 잠을 설치고 있던 상황에서 아픈 고양이를 돌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입에 억지로 물을 먹여야만 했고, 계속해서 수액을 맞으며, 누워 오줌을 싸는 녀석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다.
<30일 차 2023/06/22>에는 일 때문에 1박 2일 합숙을 할 예정이었기에 혼자 두고 가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는 부모님이 계셨지만,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이기에 애초에 돌 봐주 거라고 생각조차 안 했다. 그렇게 나서 <31일 차 2023/06/23>에 되돌아왔을 땐 집을 나설 때보다 상태가 더 좋지 못했다. 계속해서 물을 억지로 먹였어야 했는데.. 역시나 내가 없어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것 같다. 전날의 여파로 피곤했지만, 녀석의 상태가 좋지 못하니 편하게 낮잠도 잘 수가 없었다. 억지로라도 밥을 먹이려고 파우치를 믹서기로 갈려고 방을 나서던 중 누워 자던 노묘가 격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너무 무서웠다. 혼자 둔 게 너무 미안해서 ‘미안해.’ ‘미안해.’만 연신 입으로 되뇌며, 녀석을 붙들고 울었다. 어느 정도 경련이 잦아들자 녀석을 큰 수건에 감싸 안고 병원으로 급하게 향해갔다. 의사 선생님은 상태가 심각하다며, 억지로라도 물을 좀 먹이지 그랬냐고 언성을 올리셨다. 수액을 꽂고, 입에 억지로 먹을 거를 넣어줘도 녀석은 입맛조차 다시지 않았다. 계속해서 물을 넣어주자 조금씩 입맛을 다시며, 먹는듯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먹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의사 선생님은 이미 요도증(?)이 뇌와 폐 쪽에도 간 것 같다고 하셨다. 경련을 일으킨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름을 부를 때마다 꼬리를 흔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뇨제를 써서 오줌을 누게 만들자고 하셨다. 그렇게 주사를 3번을 맞았지만, 오줌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며, 수액한팩을 더 챙겨주시며, 천천히 맞추고, 계속해서 입에 물을 조금씩이라도 주라고 했다. 그렇게 되돌아오던 차 안에서 또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차 안에서 숨도 제대 못 쉴 정도로 펑펑 울면서 돌아왔다. 무슨 정신으로 차를 몰았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계속 입에 조금씩 물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녀석의 두 눈은 그냥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냥 기운 없이 자는 듯 보여,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누워있다가 그래도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그렇게 멈추면, 숨소리가 좋지 않았다. 몇 달 동안 들었던 죽은 친구의 숨소리 같았다. 너무 불안했다. 그렇게 밤새 경련은 반복해서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숨소리 또한 점점 나빠졌다. 그럴 때마다 ‘힘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나빠지는 숨소리는 내가 몇 달 동안 기억하는 죽은 친구의 숨소리와 너무 똑같아 앞으로의 일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더 극심한 경련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몰아내 쉬는 한 번의 숨이 유달리 길었다.
그렇게 <32일 차>의 새벽 12시 50분 녀석을 숨은 멈췄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그저 펑펑 우는 거밖에 없었다.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죽은 녀석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 내 탓같아서 죽고만 싶었다. 그렇게 새벽 내내 울었다. 그러다가 숨이 막혀왔고, 약을 최대한 먹지 않으려고 크게 숨을 쉬는 걸 반복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에 지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너무 막막했다. 방석에 누워 있는 녀석을 보며, 또 눈물이 쏟아졌다. 어떻게 보내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복잡하고, 심장은 조여 오고, 나도 모르게 ‘우울증 걸릴 거 같다.’라고 내뱉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난 이미 우울증 환자이다. 하루종일 울고, 숨은 쉬어지지 않고, 한 번씩 찾아오는 빠른 두근거림까지 너무 좋지 못했다. 더 버티다가는 내가 무너질 거 같아 결국 공황장애 약을 먹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진정이 되는듯해 울다가 나도 모르게 짧은 잠이 들었다.
15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나의 반려묘 ‘타로’가 죽은 내 친구와 너무 겹쳐 보여 지금 나는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그래서 먹지 않고 버티던 우울증 약을 오늘은 먹고 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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