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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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일차>약은 안먹은지 4일, 상태 최악이다.
약에 의존도를 낮춰보려고 며칠 약을 먹지 않은지 오늘로 4일째다. 이틀가량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의욕 없이 죽은 시체같이 축 늘어져서 그냥 잠만 잤다. 3일째, 뇌가 고장 난 거 같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던 건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병적으로 왔다 갔다 움직였다. 사실 몇 달 약 먹는 동안 난 내가 그저 생각하는 게 싫은 사람처럼.. 아니 생각이라는 게 없는 사람처럼 종종 느껴졌었다. 4일째, 쓸 때 없이 기억력이 좋아진 건지 예전 일까지 끄집어내어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화가 심하게 치밀어 올랐다. 퍼붓고 끝내면 좋으련만, 문제는 과호흡이 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어 지금은 공황장..
2023.09.11 -
<107일차> 우울증 환자 된지 107일째
요즘 누가 봐도 정신병 환자 같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미친 듯이 산다. 매일 같이 격한 노동이 축척이 되면, 정말 잠만큼은 잘 자겠지 생각했는데.. 내 정신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계속되는 노동보다 자꾸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가 나를 옮아 맸다. 그런 날은 몇 시간씩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해도 상황은 먹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지는 않았다. 우울증 환자 된지 107일째 달라진거는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약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띄엄띄엄 먹던 약은 점점 달을 꽉꽉 채웠다. 예전처럼 천근만근인 몸이 약 없이 바로 누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쓰고 싶은데.. 약을 일찍 먹어놔서 심하게 졸리다.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와 생사확인여부용 일기를 써본다.
2023.09.07 -
<75일차>우울증(2023.08.06)
며칠째 9시간씩 되는 노동에 몸은 몸살이 났다. 손가락이 쑤시다 못해 저린다. 바쁘게 살면 우울증도 달라질 줄 알았다. 이렇게 몸이 힘들고 아픈데도 약 없이는 여전히 잠을 자지 못한다. 고되고 피곤한 하루하루를 지내는데도 내 우울증은 나아지는 게 없다. 약을 먹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날 몰아세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극도로 심해졌다.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나 자신이 끔찍하다. 남들 앞에서는 언제나 명랑 쾌활하게 지내서 그런지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하면, 다들 의외라고 말을 한다. 나도 내가 죽지 않고 지금 살아있는 게 되려 나 자신이 용한다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2023.08.06 -
<68일차>우울증(2023.07.30)
이상하게 어제부터 계속 잠이 쏟아 진다 생각했다. 그러더니 한달 동안 없던 생리가 오늘 시작했다. 배가 아파서 약을 먹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루종일 그렇게 잠에 취해있었다. 그와중에 왜 그렇게도 끝도없이 달달한 간식들이 잘도 입으로 들어가는건지.. 신기하다. 이를 닦고 누웠는데도 입안에 달달한 냄새가 나는거 같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쁠 예정이라.. 밤에 못자면 안되니깐 또 우울증 약을 먹어뒀다. 이제는 이 모든게 익숙하다. 슬슬 잠이 몰려온다. 상실감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겠다는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 또 다른 나와 마주하고 있다
2023.07.30 -
<67일차>우울증(2023.07.29)
요즘 약을 먹어도 잠을 못 잔다. 요 며칠 정신없이 바빴다. 그 누가 그랬나? 바빠지면.. 잊게 된다고, 괜찮아진다고.. 되려 계속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무엇을 잊고, 뭐가 괜찮아지는가? 내가 남다른 뇌구조라는 건 정확하게 알았다. 극도로 예민하던 정신은 이제는 극에 달해 귀차니즘에 빠져 하루종일 누워 언제 불면증이 있었냐는 듯 잠만 잤다. 혹시나 싶어 지금 우울증 약을 먹어둔 상태이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자서.. 잠을 못 잘 거 같아서 미리 먹었다. 슬슬 잠이 쏟아진다. 내게 있어 항상 사람이 엮이면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번 일이 끝나면, 한동안은 종적을 감추고 살아야겠다.
2023.07.29 -
<59일차>우울증(2023.07.21)
저녁 8시가 넘어가면서부터 하품을 하고 있어 당연히 약을 먹지 않아도 쉽게 잠에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새벽 12시가 넘도록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새벽 1시 20분이었다. 고작 1시간 정도 자려고 그렇게 하품을 한건가? 어이가 좀 없었지만, 그대로 누워 좀 더 잠을 자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새벽 2시가 넘어가도록 잠을 다시 들지 못했다. 심하게 가슴도 답답하고, 더 이상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약을 먹었다. 그러고서 아주 쉽게 잠에 빠졌다. 그렇게 맞이한 아침은 몸이 처져 무거웠다. 항상 그러했듯 오후가 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을 너무 늦게 먹어서 그런 걸까? 오후 내내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갑자기 울컥해져 화가 좀 밀려왔다...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