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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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팔일째(2023.06.05)
상추가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수면제가 아직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찌 됐던 저녁 10시 반이 넘어 잠에 빠졌다. 향초를 피우고, 음악을 틀고, 안대와 귀마개를 했다. 이 모든 것이 이젠 잠자기 위한 루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새벽 3시쯤이면 어김없이 깨어났다. 마의 시간대인 건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또 뭉그적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고, 결국 새벽 5시에 다시 깼다. 그렇게 또 아침부터 상추쌈을 싸 먹으며, 나는 몸에 천연 수면제를 적립하고 있었다. 아침 운동 한 시간, 나도 모르게 또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 누가 우울증에 운동이 좋다고 했던가? 몇 시간씩 해봤어도 이게 우울증에 도움이 되지는 그다지 모르겠다. 햇볕 쬐..
2023.06.05 -
<12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칠일째(2023.06.04)
새벽 3시가 되어가는 시간, 결국 또 잠에서 깼다. 하지만, 약 기운 때문인지 몸이 축 처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누워있다가 다시 잠에 빠졌고, 일어난 아침은 머리가 개운하지 않았다. 운동하는 3시간 내내 하품을 연신 해대며, 눈이 반쯤 감겼다. 수면제 약 기운이 오전 내내 남아 있었다. 잠은 잠대로 푹 자지도 못하고, 약 기운은 빨리 깨지도 못하는 지금 이 상황에 더 이상 약을 먹는 건 무의미해졌다. 의사는 내게 더 강한 약을 처방해 줄 테니,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전날, 지인으로 부터 상추를 매일 매 끼니마다 먹어보라는 말을 들었다. 천연 수면제니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래서 오늘은 끼니때마다 상추를 먹으려고 노력했다. 상추쌈으로만 두 끼를 먹으니, 느끼한 게 먹고 싶어 ..
2023.06.04 -
<11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육일째(2023.06.03)
얼마나 잤을까? 눈이 또 자동으로 떠졌다. 새벽 3시 반, 어제 평소 루틴보다 늦은 취침시간을 생각하면, 결국 3시간 정도 잤다. 수면제를 먹고 다시 눕기에는 애매한 시간, 그래서 그냥 그대로 일어났다. 그렇게 하루를 평소보다 좀 일찍 시작했다. 오늘 하루 피곤에 찌들도록 오전에 4시간 운동을 했다. 우울증 약을 끊은 뒤로 육일째 잠을 제대로 푹 자본적은 없고, 이렇게 격하게 운동을 해도 항상 잠을 못 잤기에.. 오늘은 수면제를 먹을 생각이다. 맑은 날씨에 비해 내 감정은 소용돌이쳤다. 그냥 서러웠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무슨 말을 하던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2023.06.03 -
<10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오일째(2023.06.02)
저녁부터 향초를 피우고,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는 음악을 틀어놓고, 귀마개를 하고, 안대까지 하고 누워 자도 결국 12시가 넘은 시간에 잠에서 깨버린다. 도망치고 싶은 현실 때문인 걸까? 계속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앞으로 걱정이다. 오전에 3시간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떠밀려서 구덩이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은 한다는 건 너무 힘이 드는데.. 잘할 수 있을까? 잘 모르는 타인과 만나도 불안장애 없이 버틸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너무 걱정이 많다. 긴장의 연속 속에서 집에 늦게 들어와 지금 길게 글을 쓰지는 못할 거 같다. 눈이 너무 감긴다. 계속 충분히 자지 못해서 그런지 계속해서 날 더 예민하게 만드는 거 같다. 오늘도 자다가 중간에 깨면, 그냥 수면제만 먹을 예정이다.
2023.06.02 -
<9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사일째(2023.06.01)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이 내 생일인걸.. 전날 본의 아니게 알게 되고, 나이를 확인사살받고 나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그리고 불안한 인생에 역시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분명 별게 아닌데 겨우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향초를 피워봐도.. 불면증 음악도.. 효과가 없어 그렇게 날을 샜다. 아침부터 심장은 두근두근 했다. 이런 날 왜 하필 비까지 내리는 건지 감정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감정에 눈물이 났다. 센티해지는 기분을 주체를 못 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겁쟁이다. 도망도 못 가는,, 바보 겁쟁이. 집착하듯 또 운동을 시작했고,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되려 숨 쉬는 것마저 힘들어졌다. 그럴 때마다 자꾸만 약이 떠오른다. 감정적으로 느슨해지고, 바로 진정할 수 ..
2023.06.01 -
<8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삼일째(2023.05.31)
새벽 2시 40분, 결국 또 깨버렸다. 향초 효과를 본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5시간 정도 잠을 잤다. 계속 3시간도 못 자던 상황에서 약 없이 이 정도면 꽤 잘 잤다고 생각했다. 잠은 안 오지만 계속 누워 있었다. 하지만, 귀마개를 해도 어쩜 그렇게 잘 들리는 건지, 나의 신경에 그저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불면증에 좋다는 음악을 켜두고 다시 잠을 청했다. 중간중간 깨져 결국 선잠을 잔 거였지만, 음악은 켜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름 잘 자고 일어났다. 하지만, 아침부터 또 가슴이 조여왔다. 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아주 괜찮은 편이었다. 오늘은 어제처럼 긴장하며, 불안에 떨 일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삼일째 약을 먹지 않았더니, 확실하게 깨달은 게 하..
202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