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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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일차>우울증 환자의 무의미한 하루(2023.06.26)
역시나 새벽에 두 번을 깼다. 어제 먹은 약 때문인지 아침부터 머리는 멍하다. 일어나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반려묘 이름을 불렀다. 아차! 하는 순간에 눈물이 났다. 비가 내리는 아침. 어딘가에 고여있던 빗물이 느리게 떨어질 때마다 반려묘가 바닥에 꼬리를 탁탁치는 소리처럼 들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별거 아닌 작은 소리에도 ‘우리 타로인가?’라고 생각했다. 죽어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보 같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주변을 보며, 녀석을 찾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계속 누워 잠만 잤다. 삶의 의욕은 없고, 그냥 계속 누워만 있고 싶었다. 뭔가 나 자신 스스로 포기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약 때문이었을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오전을 보냈다. 그렇게 집착하던 운동도 반려묘가 아프면서 하지 않은지 벌..
2023.06.26 -
<33일차>우울증 약을 다시 복용했다.(2023.06.25)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반려묘가 외로웠을 거 같다.’라고 누군가 내게 말을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 주변을 외롭게 만드는 그런 사람. 예전부터 많이 듣던 소리라 상처받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과 달리 그렇지 않았나 보다. 가뜩이나 15년이나 같이 산 반려묘도 보내고 정신적으로 힘이 드는데 벌려 놓은 일 때문에 짜증은 나고, 머릿속은 점점 복잡했다. 그래서 정리가 되지 않아 물어봤을 뿐인데.. 짜증 섞인 말투로 아침부터 듣는 잔소리에 결국 화가 밀려왔다. 분명히 평소 별거 아닌 일인데도 불구하고, 놓인 상황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왔다. 눈물은 눈물대로 쏟고, 왜 나한테 다 이러나 싶어졌다. 너무 조짐이 좋지 않았다. 역시나 과호흡이 오기 시작했다. 결국 아침부터 공황장애 약을..
2023.06.26 -
<32일차>‘우울증 걸릴 거 같다.’ 말하는 이미 우울증 환자의 일기(2023.06.24)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에 3일 치 일기를 쓰지 못했다. 에는 계속 아파서 처지는 노묘를 돌봐야만 했다. 내 정신은 이미 붕괴되고 있었다. 우울증 때문에 계속 잠을 설치고 있던 상황에서 아픈 고양이를 돌본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입에 억지로 물을 먹여야만 했고, 계속해서 수액을 맞으며, 누워 오줌을 싸는 녀석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다. 에는 일 때문에 1박 2일 합숙을 할 예정이었기에 혼자 두고 가는 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는 부모님이 계셨지만,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이기에 애초에 돌 봐주 거라고 생각조차 안 했다. 그렇게 나서 에 되돌아왔을 땐 집을 나설 때보다 상태가 더 좋지 못했다. 계속해서 물을 억지로 먹였어야 했는데.. 역시나 내가 없어 아무도 챙겨주지 않았던 것 같..
2023.06.24 -
<28일차>우울증 환자가 되었습니다(2023.06.20)
새벽 4시 반, ‘퍽’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없다. 너무 피곤해서.. 아픈 애가 어딜 가고 싶은 건지 걸려 있는 링거 줄과 줄다리를 하고 있었다. ‘아, 오줌이구나!’ 그런 생각에 한쪽에는 노묘를 번쩍 들고, 한쪽 손에는 수액을 들고뛰었다. 화장실에 도착하자, 바로 화장실 바닥에 볼일 봐버렸다. 그러곤 다리에는 힘이 없는지 자꾸만 주져 앉졌다. 그런 모습을 보니 또 짠해진다. 너도 많이 힘들겠다. 그렇게 휘청거리며, 힘겹게 혼자서 걸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애초롭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힘없고, 아프겠지. 그때는 참 쓸쓸 해지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울할 세가 없이 바쁜데.. 그래도 불현듯이 우울해진다. 누워 있는 애를 보면, 내 인생마저도 불쌍해진다. 모든 게..
2023.06.20 -
<27일차>우울증 환자가 되었습니다.(2023.06.19)
노묘 때문에 밤새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몇 번을 한지 모르겠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 있는 체 그대로 오줌을 누는 녀석 때문에 계속 안 그래도 못 자는 잠 더 못 잤다. 밤사이 행여나 상황이 달라질까 봐서 무서웠다. 그래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피곤하다. 잘 들어가지 않던 수액이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던 건지 새벽 4시쯤에 밥을 조금이지만 먹기 시작했다. 한시름 놓았지만,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수액이 점점 더 들어가지 않아, 아침에 부랴부랴 데리고 나가 병원을 다녀오면서 더불어 나도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그렇게 병원만 왔다 갔다 했을 뿐이데 오전이 끝나버렸다. 이렇게 하루가 짧았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불안하니, 머리도 복잡하다. 그나마..
2023.06.19 -
<26일차>우울증 환자가 되었습니다.(2023.06.18)
너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노묘의 울음소리와 뭔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에 깼다. 저녁 11시 40분 노묘는 캣타워에서 그대로 오줌을 누고 있었다. 오줌은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수액도 이미 다 들어간 상태 부랴부랴 새 링거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헤맸다. 분명 들고 왔는데..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우울증 약과 공황장애약을 먹을 때도 그랬는데 어느 약이 문제가 있는 건지 정확하게 판단하게 어렵지만, 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 전에도 자꾸 내가 뭘 하려고 그랬지? 하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몇 분을 약만 미친 듯이 찾고 다녔고, 다행히 찾았다. 링거를 꽂고, 기운 없는 애를 케이지에 다시 넣으려고 하자, 기운 없던 녀석이 또다시..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