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3. 23:21ㆍdiary/감정 쓰레기통
몇 달 사이 수면제 복용이 엄청나게 늘었고, 의사선생님은 내게 수면제 복용에 대해 경고를 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큰 결심을 하고, 수면제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나갔다. 그런 내게 담당의는 잘하고 있다고 폭풍 칭찬을 해줬다. 빨리 약과 바이바이 하고 싶어 약을 완전히 끊어보겠다고 더 박차를 가했다.
절반도 잘 줄였기 때문에 주말부터 시작해 차츰 복용량을 줄여나가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섣부른 나의 시작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약을 먹지 않았다. 약을 먹지 않는 날은 잠이 오지 않아 새벽 3~4시 사이에서 잠이 들곤 했다. 그렇게 아침 7시에 일어나 반복하는 생활은 점점 너무 버거웠다. 가뜩이나 짧게 자는데 매일 꿨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처음 약을 먹기 전 감정 조절도 극도로 못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점점 차분해지고 사람들 소리에도 덜 예민해져 ‘정말 내가 좋아졌구나.’싶었는데, 섣불리 수면제를 줄이려 했다가 도리어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생각지도 못하게 약을 먹는 한 달 동안 나는 또다시 예민해졌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헤롱헤롱한 상태로 병원에 갔다.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꾸지람을 들었다. 특히 약을 줄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약을 먹었다 안 먹었다 하는 거는 안 좋다고 했다. 이번에는 수면제를 빼지 말고 꾸준히 먹어라고 했다. 그리고 연이어 깊은 잠을 자지 못하니깐 잠을 좀 더 발 수 있게 유지해 주는 우울증 약으로 바꿔준다고 했다.
그렇게 받아온 바뀐 약은 4~5시간씩은 기절하듯 잔다. 여전히 꿈을 꾸지만 중간에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감정 조절을 좀 못했다. 참지 못해욱하는 날이 많았고, 불현듯 한심해 한참을 울었다. 진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지만, 약이 바뀌면 보통 3~4주는 먹어야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감정 조절도 잘못하지만, 그래도 잠은 안 깨고 자니깐 일단 받아온 약은 끝까지 먹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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