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가 된지 <356일차>

2024. 5. 13. 23:23diary/감정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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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손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 약을 다른 약들과 같이 한 달을 복용하다 보니, 거의 내 정신이 아니었다.  항상 약이 좀 안 깬 몽롱한(?) 멍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와중에 한 번씩 찾아오는 과호흡에 불안장애약까지 먹다 보니, 그야말로 수면제 성분 약에 찌들어 숨만 쉬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생리까지 시작했다. 복통으로 인해 진통제를 먹었더니, 오늘 내 몸이 그냥 내 몸이 아니었다. 몸을 내가 주체할 수 없었다. 병든 닭처럼 그렇게 멍하게 밖만 쳐다봤다. 이 와중에 발은 왜 이렇게 시린 건지, 찬기운이 배까지 올라오는 거 같았다. 이렇게 날씨가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인데… 나는 뭐 하는 거 싶다. 이제 진짜 약만 먹다가 끝날 인생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들린다. 왜일까? 내가 예민해서일까? 사람들 싸우는 소리만 들리면 숨을 잘 못 쉬겠다. 특히 전화벨 소리는 스트레스를 떠넘기고 숨통을 쥐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직도 몇 달째 내 폰은 벨소리가 안 들리는 무음이다. 전화기에 대고 쓰레기와 살기만을 내뿜는 인간들 천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빨리 뛴다. 최근에 수면제를 너무 의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수면제를 줄이려고 수면제 대신 공황장애약을 먹었더니… 벌써 공황장애약이 바닥이 났다. 뭐 하나 잘되어가고 있는 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이 왠지 불쌍해져서 갑작스레 눈물이 났다. 좋은 날을 바랐던 적도 없고, 그저 조용한 내 시간을 즐기며 늙어가길 바랐는데..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렸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아픈 거겠지… 하루종일 의욕 없이 누워 뒤척뒤척하다 보니 그냥 또 이상한 사람이 된다.
예전에는 여행 다니며, 그러는 게 더 좋았는데… 이제는 비루한 내 몸하나 마음 편하게 누울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연 속 숨어 사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이제 40대가 되어 보이기 시작한 인생들. 어쩌면 이게 앞으로의 내 인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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