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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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좀 우울하자.
그림만 봐도 알 거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한결같이 우울하구나. 두 개의 앱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그림입니다. 앱을 써보고 싶어 배경만 필터 효과를 주는 앱을 이용했지요. 그 당시 정전식 펜이라 그리는 게 지금처럼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그렸던 게 생각이 납니다.
2022.10.23 -
친구야, 안녕
암이 완치가 된다면, 제일 먼저 맥주가...치맥이..먹고 싶다던 친구. 독고노인이 되면 서로 생사여부는 확인해주자던 친구. 왜? 본인 캐릭터는 없냐며, 누구보다도 가장 내 그림 스타일을 잘 알면서도 뻔뻔하게 제일 예쁘게 그려달라던 친구. 그런 친구가 그림도 그려주기도 전에 성미 급하게 별이 되어 떠났다. 3년간 암으로 아픈 몸보다 매번 마음에 상처 입고 울던 내 친구. 하늘나라에는 잘 도착했니? 스무 살에 만나 너와 동고동락했던 지난날들을 이제 누구와 추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곳에서는 마음 다치는 일이 없길 바래. 늦었지만, 그림이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친구야, 사랑해.
2022.10.05 -
여름밤: 당신은 어떤 꿈을 꾸나요?
살랑살랑 살갗을 스치는 바람에 한가득 실려오는 풀벌레 소리. 꿈꾸기 좋은 여름밤. 당신은 어떤 꿈을 꾸시나요?
2022.04.01 -
얼씨구나 벌떡 와불와불
친구의 부탁으로 공연장에서 잠깐 일을 하게 됐는데 그때 공연하던 연극이 '얼씨구나 벌떡 와불와불'이었다. 화순 운주사 와불 전설로 만든 가족 국악 뮤지컬이었고, 다 큰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오즈의 마법사’ 한국판 버전 같았다.
2022.02.23 -
사라진 폐가의 가을
지금은 사라져 흔적조차도 없지만, 폐가 앞에는 다 터진 소파가 하나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 길냥이 한 마리가 항상 소파에 누워 단잠에 빠져 들곤 했다. 그리고 다음 해, 그 폐가는 사라졌다. 다 터진 소파도, 항상 누워 자던 길냥이도, 모두 다 사라졌다. 그때 길냥이는 참 행복해 보였는데 가끔 그 생각이 나 그립다.
2022.02.23 -
봄나비: 내 인생에 봄은 올까요?
그림 스타일이 안 예쁘다, 생긴 게 못 생겼다면서 지적질과 타박을 당했던 그날의 수모는 아마 나는 평생 가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답게 지금까지 그림 그리며, 살아온 내 인생에 회의감까지 들었던 날. 나는 이 그림을 그렸다.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