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차>우울증 약 복용 끊은지 십사일째(2023.06.11)

2023. 6. 11. 21:25diary/감정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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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는지 잠시 누워 있다가 안경도 쓴 체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누운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각, 저녁 10시 50분에 눈이 떠졌다. 생각해 보니, 친구가 죽은 뒤로 잠을 푹 자본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때는 이 정도까지 심하진 않았다. 잠시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고, 또다시 새벽 12시 30분 깨어났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뒤척뒤척 거리며, 잠이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쓸 때 없는 감정만 올라 그대로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시간은 새벽 3시쯤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쳐 잠이 든듯했다. 그렇게 새벽 6시가 되어 일어났다. 무슨 잠을 이렇게 자는 건지,,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가 상쾌할 리가 없다. 항상 아침마다 한참 멍을 때리고 앉아 있다. 그러다가 불현듯 한지와 종이가 필요해 사러 나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가슴이 답답해진 걸 느꼈다. 앉져서 ‘나가기 싫은데…’만 중얼거렸다. 누가 내 대신 가서 사다 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사람이 없다.
하.. 예전에는 혼자서 여행도 잘 다녔고, 종종 나가서 혼자 카페에 가서 그림 그리다 놀다 오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별것도 아닌 일에 왜 망설이고 있는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어찌 됐든 내가 직접 가야 하는 상황이니, 다녀왔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나마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우려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사서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버스 안에서였다. 사람들이 밀집된 버스 안 공간에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천마다행으로 내가 탄 버스는 외진 시골로 들어가는 버스라서 다음 정류장에 사람들이 대부분 내렸다. 그것만으로도 난 그나마 살 거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난… 볼품없고, 초라함의 그 자체였다. 그렇게 창 밖을 보며, 눈물을 한참 흘렸다. 이제 나 자신에게 환멸까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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