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18. 20:36ㆍwriting/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삼순이한테 밥을 주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추운 겨울밤이었다. 자려고 누워 있는데 천장에서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뛰어다니는 듯한 다다닥다다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응? 2층에 쥐가 다니는 건가?' 하고 생각을 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엔 문이 없어기에 지레짐작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해 추운 겨울밤마다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대낮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건 '삼순이는 매일 같이 집 주변에서 지내는데 새끼들 어디에 있지? 설마? 에이~ 아니겠지?'라는 불안감은 다음날 바로 현실로 마주했다. 물건 찾으러 올라갔다가 마주하게 된 꼬물이 세 마리. 삼순이의 입 주변에 뭍은 콩고물이, 요~ 뽀시래기 녀석들에게도 있었다.

누가 봐도 빼박 삼순이 새끼들이었다. 매일 같이 밥 먹으러 오는 삼순이를 보며, 그동안에 "너, 애들은 안 보고, 맨날 오냐? 엄마로서 불성실해." 하며 타박을 했더니, 알고 보니 바로 코앞에 두고 삼순이는 시침을 뚝 때고 있었다. 녀석들은 그렇게 2층 창고에서 방세도 안 내고 살고 있었다.


아직은 새끼들이고, 추운 겨울이니깐 봄이 될 때까지는 그냥 챙겨줄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우리 엄마 몰래 밥을 2층 창고 안에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봄이 오면 성묘가 되어 어련히 나갈 줄 알았었다. 이것은 수컷 고양이 한 마리를 10년 넘게 키웠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밤이면 밤마다 녀석들은 2층에서 우다다닥을 하기 시작했고, 볼일을 창고 안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계단 입구에 들어서면 새끼들의 오줌똥 냄새가 코를 찔렀고, 결국 난 엄마한테 걸려 그날부터 폭풍 잔소리를 들으며, 녀석들의 욕받이가 되었다.
털 날리는 네발 달린 짐승은 집 밖에서 키워야 한다는 건 시골 어르신들의 국룰이었다. 서울에서 새끼 때부터 키우던 고양이를 데리고 시골집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 엄마는 날 반기지 않았다.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고 오라고 말할 정도로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 전형적인 시골 어르신이었다. 아무리 삼순이가 짠하다며, 밥을 챙겨준 우리 엄마도 예외는 없었다. 엄마 눈에는 녀석들은 그저 사고 치는 털 날리는 네발 달린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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