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4. 10:31ㆍwriting/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앙칼진 목소리. 그녀(?)다. 본인 이름을 직접 간택하신 삼.순.이가 버선발로 뛰어온다. 내가 한번 베푼 선의에 삼순이는 기세 등등하게 밥을 요구하는 냥아치가 됐다.

동네에서 키우는 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아무리 따라다녀도 밥을 주지 않았다. 내가 밥을 주지 않으면 집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밥을 주지도 않는데 매일같이 와 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누워 잠을 잤다. 심지어 저온창고 문 앞에 누워 자는 삼순이의 행동에 ‘무슨 애가 이렇게 얼굴이 두껍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꼬질꼬질한 얼굴로 사람의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코까지 골아가며 자는 삼순이의 모습에 며칠 전에 낳은 새끼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아… 너도, 엄마로서 참 힘들게 살고 있구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그날부터 괜히 마음이 찡해져 사료를 주게 됐다. 내 코도 석자였던 나는, 그렇게 냥아치 삼순이한테 제대로 코가 끼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도 모른 체...
아무것도 안 주는데 매일같이 버티는 이유가 삼순이에게는 있었다. 얼마 전에 기계실에 낳았던 새끼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기계실은 오픈된 공간이라 삼순이는 진즉에 새끼를 다른 곳으로 꽁꽁 숨겼었다. 삼순이가 우리 집 근처에서 배외하던 이유는 바로 우리 엄마!! 알고 보니 하루에 한 끼 미역국에 밥 말아 밥을 주셨다고 한다. 어쩐지 굶은 애치곤 배가 너무 많이 나왔더라니, 아무튼 냥아치 삼순이는 그렇게 엄마와 내 사이를 오가며, 삼시 세끼를 다 얻어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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