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자(4)
-
<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사고뭉치들의 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내가 챙기는 건 언제나 우리 노묘 밥이었다. 하지만, 삼순이가 나타난 뒤로 내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2층 창고에 무단 침입해 방세도 안 내고 거주한 냥아치 ‘삼순이 패밀리’가 우리 똥노묘를 재끼고, 1순위가 되어 버렸다. 냥아치들과 함께 맞이한 그해 첫겨울은 참 추웠다. 챙겨주는 사람 섭섭하게 꽁지 빠지게 숨던 뽀시래기 세 마리는 어느덧 계단을 내려다보며, 당당히 날 기다리기 시작했다. 날 기다린다고 해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건 아니었다. 언제나 녀석들과 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일정 거리라는 게 있었다. 내게 밥을 얻어먹으려, 주변만 맴돌 뿐 곁을 주지는 않았다. 아마도 사람 손에 키워진 적이 없는 길냥이였으니깐 당연했던..
2022.05.05 -
<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뽀시래기 '삼둥이들'
삼순이한테 밥을 주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추운 겨울밤이었다. 자려고 누워 있는데 천장에서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뛰어다니는 듯한 다다닥다다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응? 2층에 쥐가 다니는 건가?' 하고 생각을 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엔 문이 없어기에 지레짐작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해 추운 겨울밤마다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대낮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건 '삼순이는 매일 같이 집 주변에서 지내는데 새끼들 어디에 있지? 설마? 에이~ 아니겠지?'라는 불안감은 다음날 바로 현실로 마주했다. 물건 찾으러 올라갔다가 마주하게 된 꼬물이 세 마리. 삼순이의 입 주변에 뭍은 콩고물이, 요~ 뽀시래기 녀석들에게도 있었다. 누가 봐도 빼박..
2022.03.18 -
<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냥아치 삼순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앙칼진 목소리. 그녀(?)다. 본인 이름을 직접 간택하신 삼.순.이가 버선발로 뛰어온다. 내가 한번 베푼 선의에 삼순이는 기세 등등하게 밥을 요구하는 냥아치가 됐다. 동네에서 키우는 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아무리 따라다녀도 밥을 주지 않았다. 내가 밥을 주지 않으면 집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밥을 주지도 않는데 매일같이 와 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누워 잠을 잤다. 심지어 저온창고 문 앞에 누워 자는 삼순이의 행동에 ‘무슨 애가 이렇게 얼굴이 두껍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꼬질꼬질한 얼굴로 사람의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코까지 골아가며 자는 삼순이의 모습에 며칠 전에 낳은 새끼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아… 너도..
2022.02.24 -
<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서막
사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캣맘이 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던 사람이었다. 이미 고양이 한 마리를 10년 넘게 키우고 있었고, 이런 노묘 한 마리도 내가 책임지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내가 베풀었던 선의에 코 낄 줄은 몰랐다. 시발점이 된 냥아치를 만난 건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아마 2019년 10월쯤. 집 주변을 돌아다니던 길냥이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고등어 무늬가 들어간 삼색이었다. 그냥 '동네에서 누가 키우는 애인가보다'라고 생각을 했다. 시골에서는 아직도 꼬리를 자르는 어르신들이 있기 때문에 꼬리가 유독 짧은 녀석이라 당연히 동네 어르신이 키우는 아이로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벼 말리는 기계실 안 구석에서 녀석을 마주하게 됐다. 처음에는 ..
202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