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정복한 냥아치> #사고뭉치들의 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내가 챙기는 건 언제나 우리 노묘 밥이었다. 하지만, 삼순이가 나타난 뒤로 내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2층 창고에 무단 침입해 방세도 안 내고 거주한 냥아치 ‘삼순이 패밀리’가 우리 똥노묘를 재끼고, 1순위가 되어 버렸다. 냥아치들과 함께 맞이한 그해 첫겨울은 참 추웠다. 챙겨주는 사람 섭섭하게 꽁지 빠지게 숨던 뽀시래기 세 마리는 어느덧 계단을 내려다보며, 당당히 날 기다리기 시작했다. 날 기다린다고 해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건 아니었다. 언제나 녀석들과 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일정 거리라는 게 있었다. 내게 밥을 얻어먹으려, 주변만 맴돌 뿐 곁을 주지는 않았다. 아마도 사람 손에 키워진 적이 없는 길냥이였으니깐 당연했던..
2022.05.05